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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 이종기 동문 "선한 의도로 쌓아 올린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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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19-09-17 17:29 조회4,63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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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의도로 쌓아 올린 세월

 

젊은 시절을 회상하는 이종기 회장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난다.

열정 가득하던 젊은이는 수천 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기업의 오너가 되어 후배들의 앞날을 따뜻하게 응원한다.

 

 

굳건한 신념의 바탕은 선한 의도

 

“한 사람의 일생에 넘치는 재산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욕망을 채우는 소비에는 한계가 있지만, 기부하는 보람은 그 한계를 뛰어 넘습니다. 

내 존재 가치가 작게나마 실현되는 계기니까요.”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래도록 품어 온 이종기 회장의 좌우명 ‘자유자재 선의무적(自由自在 善意無敵)’. 

편견 없이 사고하고 선의로 실행하면 무서울 것이 없다는 뜻이다. 

결단을 내리기 전 주저하는 마음이 생기면 스스로 선의의 방향을 되묻고 확신으로 행동에 옮긴다. 

그래서인지 이종기 회장은 앞장서는 일이 많다. 

현재 1987년 설립한 상영무역의 회장이자 상과대학 총동창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대학 시절에는 <상대평론>의 편집장을 맡아 학생 경제지를 발행하고, 나서서 격문을 쓰기도 했다. 

사업을 일군 후에는 모교 발전과 후학 양성에도 애정을 쏟기 시작했다. 

최근 경제학부 발전기금으로 큰 금액을 쾌척했고 과거에도 이미 여러 차례 장학금을 내어놓았다.

“마음이 가는 곳에 기부하는 일은 액수가 중요치 않습니다. 

지금 서울대학교의 경영대학과 경제학부 학생들은 모두 과거 상과대학의 후배들이지요.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융합연구를 목적으로 하는 센터 설립에 자금이 필요하다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경제학부 후배들이 좋은 환경에서 앞선 연구를 해나가는데에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자유자재 선의무적을 비유하자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이라고 덧붙이는 이종기 회장. 

사사로운 욕심과 그릇된 유혹에 구애 받지 않고 선의를 실천하는 삶을 위해서는 바람과 같은 자유로움, 사자와 같은 용감함이 매순간 필요할 터이다. 

너그러운 이종기 회장의 목소리에는 오랫동안 지켜온 굳건한 신념이 깃들어 있었다.



흘러가는 삶 속에서 필요한 결단

1970년대, 격동의 시기를 보낸 우리나라. 
놀라운 경제성장의 뒷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드리웠지만 깨어있는 학생들은 행동으로 의지를 보여줬다. 
서울대학교 학생 운동의 가운데 이종기 회장의 젊은 시절이 있었다.
사회의식과 사상, 철학에 심취한 피 끓는 젊은이에게 당장의 취직이나 생계는 큰 걱정거리가 되지 못했다.
“대학 시절에는 훗날 교수가 되어 후학을 길러내거나 기자가 되어 사회 문제를 낱낱이 파헤치고 싶었습니다. 
구체적인 계획보단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한 몸을 바치겠다는 추상적인 열정이었지요.”
패기 있는 학생을 눈여겨보았던 한 선배는 갓 졸업한 이종기 회장을 본인의 회사로 불러들였고 총애하며 재목으로 키웠다. 
‘노느니 일단 출근해보자’며 시작했던 회사 생활은 10년 넘게 이어졌다.
“우연히 들어섰지만 회사 생활이 재미있었습니다. 
자금과 설비, 상품 개발과 유통 등 여러 요소를 통제하는게 종합 행동 과학처럼 느껴지더군요. 
기업이야말로 국가 경제의 추진 모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국가경쟁력의 기초에는 기업의 경쟁력이 있지요.”
회사 생활로 사업의 기초를 닦은 이종기 회장은 당시 사양길에 접어들던 가발 사업의 미래를 점쳤다. 
미용상품의 수요는 영원할 것이라는 확신과 패션 디자인 산업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믿음으로 1987년 상영무역을 설립해 본인의 사업을 시작했다.
차츰 미국과 유럽에서 품질을 인정받으며 천여 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기업의 오너가 됐다. 
국가의 앞날을 걱정하던 젊은이는 그렇게 사업을 일으켜 국가 경제에 보탬이 되는 반평생을 살아 내었다.
“인생은 내가 설계한 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진로 선택에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첫 선택보다 과정을 겪으며 내리는 결정이 중요합니다.”


이종기 회장은 1973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1987년 상영무역을 설립해 지금까지 키워왔다. 
서울상대 동창회장을 맡아 선후배의 친목 도모에 앞장서고 있을 만큼 모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수차례 장학금과 발전기금을 출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