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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 중앙도서관 시설환경개선기금 출연한 조천식 동문 '사회환원, 미래를 짓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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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16-01-10 13:37 조회7,64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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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조천식 동문과 부인 윤창기 여사 

조천식 동문은 평생 근검절약하며 모은 재산을 사회에 꾸준히 기부해왔다. 비우면서 삶의 의미를 완성하는 이의 미소는 맑다. 

 

 

지난 4월, 조천식 동문이 부부의 이름으로 중앙도서관 시설환경개선기금을 쾌척했다는 소식은 놀랍고도 따뜻했다. 공직에 오래 있으며 근검절약의 신념을 평생 이어온 가운데 일군 재산을 그는 당연하다는 듯 사회에 환원해왔고, 서울대는 9월 조천식 동문에게 명예졸업증을 수여했다.

 

2013년 9월 13일은 조천식 동문(경성제대 정치학과 45 입학, 前 한국정보통신 대표)에게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것이다. 66년 만에 서울대 졸업장을 받고 미처 매듭짓지 못한 대학 생활에 비로소 마침표를 제대로 찍은 날이기 때문이다. 그의 청빈한 삶과, 누리기보다 베푸는 것에 큰 가치를 두며 실천한 기부 활동은 사회에 조용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올봄, 조천식 동문은 그의 남은 재산 대부분을 서울대 중앙도서관 시설환경개선기금으로 쾌척했다. 경성제대 시절의 도서관을 아직 기억하는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 모교를 향한 애정과 후배들에게 거는 기대감이 느껴졌다.

 

Q. 서울대 명예졸업증을 받으셨는데요, 감회가 남다르실 줄로 압니다.

A. 아흔에 가까운 나이에 사회 활동도 다 끝냈는데 졸업장이 무슨 필요가 있겠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이 ‘끝맺음이 중요하다’고 격려해줘서 감사한 마음으로 졸업증을 받게 됐지요. 사실 마음 한구석에 못 채운 빈 공간 같은 게 있는 느낌이었는데 이제 채워진 것 같아 기쁩니다.

 

Q. 올해 모교에 기부하신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기부 활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요?

A. 성실하고 건전하게 사회 생활을 하면서 어느 정도의 재산이 모아졌습니다만, 앞으로 남은 생에 필요한 것 이상의 재산은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은덕을 입은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Q. 회장님의 기부금은 중앙도서관 환경 개선에 쓰일 예정입니다. 세계의 명문대에는 장서를 두루 갖추고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학습할 수 있는 도서관이 마련돼 있는데요, 인상적으로 접하신 도서관이 있다면 어디인지요?

A. 제가 다니던 경성제대 시절 도서관은 학생 수가 적어 참 조용했고 그 당시로서는 소장 도서도 상당히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저의 재학 시절 도서관에 대한 기억이 잊히지 않고, 그래서 학생들에게 좋은 환경의 학습 공간을 마련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큰가 봅니다. 장서의 규모나 환경 외에도, 미국의 피츠버그 대학 도서관의 경우 학생의 관외대출제도가 있어 편리했던 것 같네요.

 

Q. 독서를 즐겨 해오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내 인생의 책’으로 기억되는 작품 하나 추천해주세요.

A. 아무래도 학창 시절에 읽었던 고전들이 깊이 남아 있네요. 펄 벅의 <대지>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감명 깊게 읽었기에 이 작품들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현대 작품으로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이 기억에 남고요.조천식 동문은 요즘 시력이 좋지 않아 작은 글씨의 책은 보지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가슴 깊이 남은 고전을 두루 권하는 마음이 오롯이 전해졌고, 손자·손녀와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무형의 유산’으로 성실함을 꼽는 그는 익히 알려진 대로 소박하고 청빈한 삶의 본보기였다. 버스 탈 돈도 절약해가며 살아왔다지만 그와 부인 윤창기 여사에게도 하나쯤 욕심을 부린 게 있었다고. 영국에 있을 때 구입한 버버리 캐시미어 코트와 본차이나 커피잔 세트가 그것이다. 화려함과는 도통 거리가 먼 것들. 욕심이라기보다는 삶에 깃든 단정한 기품과 정중함에 가깝지 않을까.

 

Q. 동문님의 기부는 많은 언론이 기사와 사설에서 다루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좋은 사례로 꼽았습니다. 이렇게 실천하신 기부 문화가 더욱 확산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A. 재산을 자손에게 물려주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독립 정신을 키우도록 해야지요. 어떠한 형식으로든 사회에 환원한다는 의식이 확산되어야 하고요. 큰돈을 모은다는 것은 분명 사회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는 것이고, 저 같은 경우에는 제가 그 돈을 움켜쥐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사회 상류층이 모범을 보여야 하고 언론도 이와 같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합니다.

 

Q. 끝으로 서울대 후배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학부 졸업은 끝맺음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부 과정에서 배운 기초를 각 전문 분야에서 더욱 발전시키고 연구하는 등의 노력이 있어야 하겠지요. 서울대 인재들이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각자 전문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룩할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