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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 민계식, 세계를 품고 무한히 헌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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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16-01-10 13:57 조회6,91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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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건의 특허를 출원했고, 300번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어떤 이는 인생살이 중 이룬 대기록 앞에 자신만이 빛나길 바란다. 그러나 민계식 동문(조선항공공학 61학번, 前 현대중공업 회장)은 다르다. ‘한국 조선 산업의 산증인’인 그는 우리나라 조선 산업을 세계 일류 반열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그는 개인의 성과를 앞세우기보다 사회를 먼저 생각한다. 모교 기부 역시 그런 맥락에서 비롯한 것이다.

 

남다른 관점, 남다른 인생 목표

“Man is born equal by nature.” 다섯 살 작은 꼬마 아이였던  민계식 동문에게 그의 부친은 이 문구를 적어 목에 걸어주며  외우게 했다. 

부친의 확고한 교육 덕분에 그는 어린 시절부터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평등하다’는 인생의 기본 원칙을 체화할 수 있었다.

“경성제국대학교 의학부 1회 출신인 부친께서는 평생 ‘머리가 좋다’, ‘공부 잘했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어요.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만 들었죠. 부친께서 항상 강조하셨던 인생철학은  ‘만인 평등주의’, ‘범인 사상’, ‘자조의 정신’입니다. 난세에 지식인으로 살며 조선이 왜 망했는지 늘 깊이 생각하셨어요. 역사를 거울삼아 깨달은 바를 우리 형제들에게 이렇게 정리해 가르쳐주셨죠.” 

부친의 조기교육 덕분일까. 

민 동문은 평생 개인의 영욕보다 사회의 발전에 방점을 두고 살아왔다. 

대우중공업(現 두산인프라코어)과 현대중공업에서 재직하는 동안 논문 280여 편, 특허 300여 건이라는 성과의 열매도 오롯이 회사에 양보했다. 

여타 대기업 최고경영자보다 낮은 연봉을 받았지만, 자기 몫을 늘리는 대신 그 비용을 기술 개발에 투자하는 게 옳다고 여겼다. 

현대중공업 재직 시절 그의 별명은 다름 아닌 ‘최후의 퇴근자’. 그가 개발한 ‘힘센엔진’은 선박 추진용은 물론 육상 발전용으로 사용되며 중형엔진 부문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우리나라의 제 전공분야 산업을 세계 1위로 만들겠다는 꿈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 왔습니다. 지금 내가 먹고사는 걱정이 없으면 됐지, 더 욕심낼 이유가 없습니다. 국민 전체로 보면 저보다 연봉을 많이 받은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다행히 자녀들도 부모 덕 보겠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세계의 리더를 세우는 일에 마음을 더하다

모교 기부 역시 민계식 동문의 인생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결정이다. 

이제껏 그는 강연비나 상금 등 월급 외의 부수입이 생기면 모두 사회에 환원했다. 

그에게 기부는 ‘습관’이다. 

“오래전부터 모교에 기부하려고 마음먹고 있었어요. 기부도 사후에 하는 것보다 살아있을 때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하면서 큰 상금을 받았고, ‘이때가 기회다’ 싶었습니다.”

민계식 동문은 상금에 사재를 더해 조선해양공학과 학술기금을 비롯해 외국인 장학기금까지 개인 출연했다. 

기업이 아닌 개인으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자산을 사회에 환원했음에도, 그는 여전히 겸손하다. 

지금도 장학 혜택을 받은 외국인 후배들이 세계 각지에서 편지를 보내온다.

“장학기금을 출연하면서 어떤 분야에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더욱 발전하려면 한국에 우호적인 외국인 지도자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는 데 결론이 이르렀어요.”

정형화된 엘리트 코스가 존재하던 민 동문의 청년 시절과 달리,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그는 ‘그렇기 때문에’ 서울대 출신이 감당해야 할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그가 서울대 후배들에게 기대하는 바는 뛰어난 지식과 더불어 바른 인성이다.

리더 한 사람의 생각과 태도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많은 이가 인생을 살아가며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자기 삶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건, 일부의 이야기다. 

일에서나 삶에서나 본보기가 되는 어른이 있다는 건 행운이다.

‘나’보다 ‘우리’를 생각하는 인생 선배가 걸어온 길 덕분에, 조금 더 너른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