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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 서울대 최대, 최다 기부 동문 정석규 회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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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08-04-18 10:49 조회4,30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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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유지되는 한 남은 재산 계속 기부할 겁니다"

 

  지난달 21일 인문대 신양학술정보관이 개관했다. 2004년 개관한 공대 신양학술관에 이어 두 번째다. 신양학술재단 정석규 이사장은 인재양성과 난치병환자 치료를 위해 서울대학교에 120억원을 서슴없이 기부한 사회활동가다. 그는 “학술정보관을 이용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나는 원래 사교성이 없는 사람이라 학생들과의 개별 접촉이 많지는 않지만, 봉사를 통해 모든 학생들에게 무언의 격려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신양학술관 건립을 위해 학교와 협의하고 있다는 정석규 이사장. 그를 공대 신양학술관에서 만났다.

 

  정석규 신양문화재단 이사장은 1952년 공과대학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1967년 태성고무화학을 설립해 튼튼한 중견기업으로 키워냈고 한국고무학회 회장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고무공업의 발전에 기여했다.

 

  기업의 사회적 의무를 늘 강조하던 그는 1998년 기업을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고 전문 경영인에게 양도했다. 그후 정회장은 그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기 위해 신양문화재단을 세웠다. 뿐만 아니라 국제로타리클럽 회원으로서 독거노인 등을 위한 봉사활동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다음은 서면을 통한 일문일답이다.

 

-인문대 신양학술정보관이 완공됐다. 당시 공대 출신의 동문이 인문대를 지원했다고 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인문대에 기부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난 2004년 공대 신양학술정보관을 개관한 후 제2호관 건립 위치를 두고 서울대와 협의하던 중 인문대의 재정상태가 열악해 노후된 인문대 4동의 재건축이 미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 권두환 인문대 학장과 정운찬 총장의 권유도 있었고 서울대의 균형 있는 발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원을 결심했다. 출신 단과대에 구애 받지 않고 기부하는 것이 단과대 간의 유대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서울대 관련 기부 내역  
 
-서울대에만 총 120억이 넘는 재산을 기부했다. 외부 기관은 290억에 달한다. 기부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빈곤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운 학창시절을 지냈기 때문에 사회에 진출하여 성공하면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특히 1966년에 공대 화공학과 동창회의 창립멤버가 된 후, 애교심에 모교지원 활동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시작하게 된 것은 1996년 공대 동창회장을 맡고 나서다.
 
 -힘겨운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하셨는데, 이때의 경험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중학교 시절에는 일제시대의 심한 굶주림과 동원 훈련에 시달리며 고생 했고 대학시절에도 빈곤한 하숙 생활을 해 교통이 불편한 신공덕리 공대 교사까지 통근열차로 통학했다.  대학교 3학년 때는 한국전쟁으로 서울에서 3개월간 인민군 점령 아래서 굶주림에 시달리며 피신생활을 해야만 했다. 전쟁이 끝난 뒤 서울에서 대구까지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이러한 고생을 겪으면서 얻은 교훈은 ‘젊을 때 단련된 강한 정신력과 체력은 사회에 나가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었다.

 

-2001년 기업체를 양도한 이후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56년간의 ‘고무인생’을 마친 이후의  생활은 오로지 사회봉사활동뿐이다. 주중에는 매일 신양문화재단 사무실에 출근한다. 두 번의 후두암 수술로 언어 장애가 생겨 정상적으로 말을 못한다. 하루 종일 글로 쓰는 것이 힘들다.

 

-선생님과 사모님의 검소한 생활은 유명하다. 점심도 기숙사 식당을 이용하거나 도시락을 먹는다고 들었다. 어떻게 그런 큰 액수의 기부를 계속해서 할 수 있는지 놀라는 사람이 많다.


  나와 처는 검소한 생활을 선호한다. 호화로운 주택도 원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35평짜리 오피스텔에서 거주하는데 이에 따르는 불편은 없다. 식사는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아들집에 가서 해결한다. 쓸 수 있는 물품을 버리고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20년 전의 양복이 좀 무겁기는 하지만 천도 좋고 손색이 없어서 아직까지 입고 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자판기 커피 한잔에 300원 정도면 되는데 몇 천원이나 되는 커피를 마시거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고급호텔에서 8천원짜리 음료를 즐길 필요가 있겠는가? 친구들에게도 ‘이러한 구두쇠가 어떻게 수십억원의 기부를 할 수가 있는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라는 평을 듣기도 하는데 이것은 인생관의 차이에서 나오는 생각이라고 본다.   

 

-앞으로의 계획은?


  건강이 유지되는 한 남은 재산 정리를 계속할 것이다. 현재 제3의 신양학술정보관을 건립하기 위해 건설비를 발전기금에 적립하고 있는 중이며 어느 대학을 대상으로 할 것인가를 학교 측과 협의하고 있다. 가급적 속히 시행하고자 한다. 나뿐만 아니라 아들도 기부에 참여하고 있다. 기부에 힘쓰는 한편 신양문화재단의 기본재산도 증액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업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란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요즘 삼성 특검 등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풍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업은 개인의 치부(致富)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의 생활 터전을 만들어주고 경제를 발전시킴으로써 국민들이 윤택한 생활을 하게 하는 것이 기업의 의무다. 기업주는 이러한 도덕적 책임을 갖고 존경을 받을 수 있도록 성실한 경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성장과정을 보면 정경유착에 의한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기업의 경영권 상속을 위해서는 막대한 재산의 상속이 필수적인데 합법적인 상속 수단으로는 실현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대기업이 경영권 상속을 위해서는 합법적이 아닌 무리한 증여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태성고무화학은 비상장 중소기업이었지만 내 소유의 주식을 상속하는 데 굳이 막대한 상속세를 부담하고 주식을 상속하기보다 상속을 포기하고 인수합병에 의해 제3자에게 주식과 경영권을 양도했다. 이런 방식으로 경영권을 양도하는 것이 기업발전의 합리적인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경제 발전에 공헌한 공적은 높이 평가해야할 일이지만 비합법적인 증여 방법에 대해서는 응분의 처분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학교 재정 상황이 어렵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학교운영을 등록금에 의존하다보니 매년 등록금을 인상해야 하고 이에 따른 교육비의 부담이 큰 상황이다. 학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대학처럼 기부금에 의한 자금조달이 많아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부금이 매우 빈약하다. 학교의 재정조성을 위해 동문들이나 사회유지들의 기부행위를 촉진시키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고 기부입학제도 긍정적으로 실현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부입학제가 단순히 돈을 내면 입학할 수 있다는 금전위주의 제도가 되어서는 안 되며 이러한 제도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이뤄져야할 것이다.

 

-서울대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인불승(無忍不勝)’ 참지 못하면 이기지 못한다. ‘지성감천(至誠感天)’ 모든 선의를 다하면 하늘도 감명하고 도와준다. 이 말들을 생활신조로 삼고 자신의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길 바란다. 남들이 잠자고 노는 동안에도 열심히 일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면 반드시 좋은 성과를 달성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학신문. 이민석 편집장. 2008.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