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소식 | 쌈지돈 털어 발전기금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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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08-07-21 17:18 조회5,552 댓글0본문
서울대학교는 2025년 글로벌 TOP 10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선진국형 모금캠페인 ‘VISION 2025’를 시작했다. 그 첫걸음으로 발전기금에서는 학교 발전에 학내 구성원이 동참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작은참여모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서울대 구성원들의 ‘발전기금 1구좌, 1만원 약정’은 장학금 확충, 도서관 첨단화, 글로벌 리더십, 거주형 대학 등 지정분야에 계좌를 약정하면 총 약정 액의 10배로 매칭 펀드를 조성, 지원하는 사업이다.
“재학생이 기부금을 낸다? 등록금도 벅찬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여기 잠시 귀를 기울여 보자. 자신이 공부하는 환경을 위해, 후배들에게 더 좋은 학교를 물려주기 위해 선뜻 지갑을 열었던 4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서울대인 모두가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는 그날까지!
권우진 (자연대 물리학부 06학번), 거주형 대학 부문 계좌약정
70년대 풍의 낡고 노후한 건물들, 장마철엔 빗물이 새는 낙후한 시설, 항상 자리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도서관… 3년간 학교를 다니다 보니 학교의 여러 이면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우리학교 살림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이라고는 하지만 환경적인 면에서는 그 위상에 걸맞지 못한 것 같아 늘 아쉬웠고, 자부심만큼 불만 또한 많았던 게 사실이었다.
이런 현실이 항상 안타까워서 평소에도 ‘나중에 돈을 많이 벌면 학교에 기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던 차에 학생들에게도 기부를 받는 모금캠페인이 시작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 ‘나중에 내 사정이 넉넉해지면’이라며 기부를 미루다가는, 평생 마음으로만 기부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학교에서 10배 매칭 펀드를 조성해준다는 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라는 생각도 들었다.
거주형 대학 부문에 기부를 한 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학교의 모습이 기숙형 학교이기 때문이다. 입학하기 전부터 기숙사 생활을 꿈꿨는데 지방 출신이 아니라 불가능했다. 하지만 언젠가 학교 기숙사 규모가 커지면 기숙사 생활을 원하는 학생들 모두 그 혜택을 받을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서울대생 모두가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는 그 날이 앞당겨지기를 기대하며 내 작은 힘을 보태고 싶었다.
솔직히 통장에서 기부금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했을 때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사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적지 않은 돈이 단숨에 사라졌다는 사실에 쓴 웃음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기분은 잠시뿐이었다. 뒤돌아서면서 ‘나는 용기 있는 일을 했고, 그 돈도 가치 있게 쓰이겠지’라고 생각하니 그냥 잊혀졌다. 또 학교의 불만족스러운 현실을 절실히 느껴왔던 내 자신이 그 현실을 외면하고 싶지도 않았다. 언제까지나 불만만 품은 채 아무 노력 없이 누군가 그 불만을 해결해주기만을 바랄 수 는 없다. 다른 학우들도 학교에 기부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져보길 바란다.
지출이라기보다 작은 투자
이유진 (경영대 경영학과 05학번), 글로벌 인턴십 분야 계좌약정
VISION2025 프로그램은 발전기금의 ‘작은모금캠페인’ 자원봉사를 하면서 처음 접하게 되었다. 사실 이전까지는 학교 재정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었고, 막연히 어느 정도의 기부금과 등록금, 국가 지원금으로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약정 활동을 하면서 서울대가 세계명문대의 1/10 정도 밖에 되지 재정과, 턱없이 낮은 국가 보조금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등록금이 오를 수밖에 없는 현실 또한 이해가 됐다. 서울대학교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과 함께 내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VISION2025 프로그램의 의미가 가슴에 와닿았다.
평소 서울대 학생들에게 보다 많은 국제적인 마인드를 함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글로벌 인턴십 사업에 계좌를 약정했다. 비록 나는 곧 졸업을 하지만, 내 작은 성의로 후배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되고, 모교가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건 지출이라기보다는 작은 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까지 ‘기부’라는 것은 수백억 자산가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일 뿐 평범한 나 같은 사람과는 동떨어진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기회에 ‘기부’의 참모습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필요한 곳에 내 작은 힘을 보탬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밑바탕을 제공하고, 아울러 내 정신적 삶도 윤택해질 수 있었다. 더 많은 학우들과 이 경험과 마음을 나누고 싶다.
모두가 원하는 책을 볼 수 있는 도서관을 위해
김재한 (조선해양공학과 대학원 07학번), 도서관 첨단화 분야 계좌약정
언제부턴가 학내를 오가다보면 어김없이 발전기금 홍보 문구와 마주치게 되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반복해서 마주치다 보니 어느 순간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학생들에게 1만원에 해당하는 1구좌 약정을 호소하며 10개월 할부의 배려까지 담은 내용을 보고, 세간에서 이야기하는 거창한 ‘기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학생들의 참여에 의미를 둔 것이란 생각에 ‘작은모금캠페인’의 취지가 마음에 들었다.
내 형편에 맞추어 약정을 신청하고 마음이 한껏 뿌듯해졌다. 또 나를 위해서가 아닌, 나의 것을 나눔으로써 얻는 훈훈한 마음에 기분이 절로 즐거웠다. 나눔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다. 나누기 위한 마음의 크기는 어딜 내놔도 부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눔 뒤에는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
6년간 관악에 머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중앙도서관이다. 국내 대학 중 최다장서를 보유하고 있는데다, 그동안 내가 원했던 자료를 큰 모자람 없이 제공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간혹 연구 관련 자료에 있어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그 아쉬움을 채울 수 있는 길이 바로 중앙도서관의 발전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이 학교 구성원 모두가 원하는 책을 맘껏 볼 수 있는 도서관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숙제와 시험공부에 필요한 참고 서적이나 연구에 필요한 전공 서적이 아니라, 행여 비오는 주말을 지루하지 않게 해줄 3류 소설이나 만화책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나눔은 언제나 가까이 있는 것 같다.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그 기회는 눈앞에 나타난다. 학교 식당이나 도서관에서 만나게 되는 발전기금 캠페인도 그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 달에 천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서울대 학생들이 나눔의 즐거움을 얻기를 바란다. 이 정도면 투자 대비 수익으로 따져도 제법 훌륭한 재테크 아닌가?
탄탄한 재정이 학술발전으로 이어지길
권혜진(소비자학과 대학원 06학번), 학술분야 계좌 약정
벌기도 어렵지만 값어치 있게 쓰기도 어려운 돈. ‘졸업 후 내가 일해서 번 돈을 정말 값어치 있게 쓰는 방법은 뭘까?‘ 고민하던 작년 어느 날, 봉사와 기부를 흉내라도 내보자는 마음으로 저개발국 빈곤아동 1:1 후원을 시작했다. 일단 시작하고 보니 전혀 어려운 일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되는 일도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후원하는 아이가 구김살 없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나 자신의 존재가치를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 이번 발전기금 기부약정도 그렇게 시작된 용기 덕분에 큰 망설임 없이 하게 됐다.
'Vision 2025'는 특정분야 기부약정방식을 도입해 기부자가 평소 안타깝게 생각했던 부분에 선택적으로 그리고 곧바로 기부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대학원생이다 보니 아무래도 학술발전에 자꾸 관심이 쏠리는데, 한때 외국 명문대로의 유학을 준비하면서 재정이 탄탄한 대학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수없이 느꼈던 터라, 소액에 불과하지만 학술분야 기부를 약정했다.
모교에서 대학원 과정을 거치면서, 학업의 개인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재정문제로 인한 구조적인 한계가 학생들로 하여금 얼마나 에너지를 허비하게 만드는지 절실히 느끼곤 한다. 더 나아가 우리는 언제쯤 외국에서 생산된 이론과 테크닉의 소비자가 아니라, 참신하고 생산적인 이론과 방법의 주체적 생산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고민도 하게 된다. 어렵고 힘든 학문의 길을 선택한 많은 대학원생들이 현실에 안타까워하는 일이 줄어들 수 있기를 바라며, 내 작은 기부가 보탬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2008. 7. 21
홍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