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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 김해련 송원김영환장학재단 이사장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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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18-06-11 11:26 조회6,31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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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을 찾아서 

김해련 송원김영환장학재단 이사장


36년간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고학생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게 지원을 아끼지 않은 장학재단이 있다. 

2014년 작고한 아버지의 뜻을 이어 회사를 이끌고 재단을 운영하는 김해련 송원그룹 회장을 만났다.  


오랫동안 묵묵히 걸어온 나눔의 길

1983년 처음 세운 원칙 그대로 지금껏 662명에게 92억7천여만 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오너가 사재를 털어 출연한 재단의 소유권은 국가에 귀속된다. 사유화되지 않도록 독자적인 운영 시스템을 꾸리고 이사진에는 1, 2기 장학회 출신 선배가 포진했다. 서류와 면접으로 꼼꼼하게 경제적 고통을 겪는 학생을 선발해 학기당 500만 원, 통 크게 지원한다. “소년소녀 가장으로서 남들에게 말 못 했던 사연을 털어놓으며 면접장이 울음바다가 되기도 합니다. 당장 지원이 없다면 학업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학생들이 원한다면 대학원까지 마음껏 공부하기 바라는 마음입니다.” 매년 60여 명의 학생이 ‘송원 가족’이 된다. “해마다 MT를 가는데 저 또한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어요. 금전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끼리 서로 돕고 살자는 정신을 강조합니다. 저희 장학생 간엔 끈끈한 유대가 있어요. 졸업 후에도 가족과 함께 모임에 참석하고, 사회인이 되어 다시 후배를 위해 기부하는 선배도 많고요.” 

송원그룹의 故 김영환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말이 화두가 되기 훨씬 전부터 이를 실천해왔다. 1975년 산업용 기초 소재를 만드는 사업체를 창업하고 손익분기점을 넘어서자마자 직원 자녀의 학자금 전액을 지원하는 사내 장학사업을 시작하고 8년이 지나자 숙원이었던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9남매의 차남으로 태어나 아픈 형을 대신해 장남 역할을 하며 자랐다. 서울대학교 입학 후에도 낮에는 공장에서 근무하고, 시험 기간엔 노트를 빌려 어렵게 공부했다. ‘다른 걱정 없이 공부만 했으면 좋겠다’가 소원일 정도로 고된 삶에서 세운 ‘성공하면 장학재단을 설립하겠다’는 다짐을 지킨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유산을 물려받다

“경영자로서 아버지의 삶은 무섭도록 철저했습니다. 매일 아침 8시에 공장에 전화를 돌리고, 하루걸러 전국의 사업장을 누비셨죠. 4,000원짜리 식권으로 밥을 먹는 청빈한 생활을 하면서도 가난한 학생들을 위해선 물심양면으로 베푸셨습니다.” 내세우기 위해 하는 일은 아니었다. 때문에 재단이 설립된 지 36년, 오랜 세월 동안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 뒤늦게 송원재단의 활동을 알게 된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작년 故 김영환 회장이 서울대학교 발전공로상을 수상하게 된 계기다. “어느 행사에서 우연히 성낙인 총장님을 만났지요. 서울대에 오래 장학금을 지원해오고 있었지만 딱히 언급은 하지 않았어요. 제가 아버지에 대해 썼던 책을 선물로 드렸는데, 이후에 직접 책을 ㅇ릭어보시고 연락을 주신 거죠.” 김해련 회장은 아버지가 남긴 가장 큰 유산은 나눔에 대한 가치관이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국가를 위해서, 장학사업을 열심히 하기 위해서 사업을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셨어요.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학생에게 ‘보답할 생각 말고 더불어 살아라’고 당부했던 아버지. 그의 바람도 같다. “저희 회사에 오려고 하면 더 큰 회사에 가라고 만류합니다. 힘든 처지에 있는 학생들이 점점 밝고 당당해지는 모습을 보면 행복합니다. 자기만의 길을 찾고 열심히 걸어 나가길 바랍니다. 그리고 성공해서 또 자신의 위치에서 나눔을 실천하면 좋겠죠.”

김해련 회장에게 아버지는 진짜 행복이 무언지 일찍이 깨닫고 실천해 온 사람이었다. 사람을 기르고 사회를 일구어 가는 아버지의 행복한 삶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던 그. 아버지가 남긴 나눔의 토양을 잘 일구는 것은 이제 그의 몫이다. 또 다른 행복이 그 위에 자라나길 기대하면서.

 

 

아버지는 늘 “떡잎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능력과 꿈이 있는 젊은이들이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좌절하고 무기력한 삶을 살게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생각하셨다.   김해련의 저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던 사람』

 

 

김해련 회장은 2001년부터 송원김영환장학재단 이사장, 2014년부터 송원그룹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송원그룹 故 김영환 창업주의 무남독녀 외동딸로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대 경영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