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혜자 | 농업생명과학대학 재학생 "아버지의 어깨, 나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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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20-03-05 15:31 조회4,050 댓글0본문
아버지의 어깨, 나의 기쁨
농업생명과학대학 재학생
세 살 많은 오빠가 대학을 가던 해 겨울, 아버지의 어깨를 기억합니다. 오백만 원을 훌쩍 넘긴 등록금은 당당하던 아버지의 어깨를 눌렀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버지는 밤마다 바쁘게 전화를 돌렸습니다. 방문 너머 통화 소리를 들으며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한참 울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내내 꼭 아버지에게 장학금을 쥐여드릴 수 있는 대학교에 가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서울대학교의 일원이 되었을 때, 합격한 것에 기뻤고, 부모님이 기뻐하셔서 기뻤고, 서울대학교가 장학금이 나오는 학교여서 기뻤습니다.
3월 하순의 어느 날, 무심코 확인한 통장에 처음 보는 단위의 금액이 찍혀 있었습니다. 혹시 어떤 사건에 연루된 것인지 몰라 발발 떠는 손으로 돈의 출처를 확인했습니다. 장학금이었습니다. 주저 없이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고, 핸드폰 너머였지만 아버지께서는 분명히 기뻐하고 계셨습니다. 그 기쁨에는 저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장학금에 대한 고마움이 섞여 있었죠.
입학한 지 3년째 되는 지금도 국가 장학금을 받고 있습니다. 장학금은 나의 기쁨이자, 아버지의 자존심입니다. 장학금은 어두운 표정을 숨기며 웃음 짓는 아버지의 실력 없는 연기를 더 이상 꺼내지 않도록 해주었습니다. 여느 누구와 같이 장학금은 나에게 큰 힘입니다. 의미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