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자 | 김진희 동문 "그리움을 담아 함께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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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19-09-09 16:31 조회4,595 댓글0본문
그리움을 담아 함께한 행복
김진희 동문
홍재한·김진희 약학대학 건축기금 출연자
서울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하고 개인약국과 국립의료원에서 약사로 근무했다.
2013년 세상을 떠난 배우자 故 홍재한 동문의 뜻을 이어 ‘홍재한·김진희 약학대학 건축기금’으로
3억 2천만 원 상당의 토지를 서울대학교에 기부했다.
지난 2018년 2월, 남편과 자신의 이름으로 학교에 기부한 김진희 동문은 나눔으로 인해 하루하루가 더 행복해졌다며 미소 지었다.
하늘에서 지켜보고 있을 남편과의 추억을 들려주는 그의 모습에는 아직도 소녀 같은 설렘이 남아있었다.
평생을 사랑한 인생의 동반자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다녔지만, 학교를 졸업한 후에야 소개로 만나게 된 김진희 동문과 故 홍재한 동문은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서로에게 누구보다도 가까운 친구이자 인생의 동반자로 평생을 함께했다.
홍 동문은 아내에게 어울릴 것 같은 예쁜 모자나 옷만 보면 몇 개라도 사오는 사랑 가득한 남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날 홍동문에게 갑작스레 담도암이 찾아왔다.
“우린 정말 열렬히 사랑했어요.
남편은 암 수술을 받아 야위어서는 중환자실에 누워있을 때도, 내 손을 잡더니 ‘사랑해’라고 말해줬었죠.”
수술을 하고 건강을 어느 정도 되찾은 후에는 함께 여행을 다녔다.
특히, 동남아로 일주일간 떠났던 크루즈 여행은 남편이 결혼할 때 꼭 이루고 싶다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이기도 했다.
“나중에 돈을 많이 모으면 둘이서 퀸 엘리자베스 호를 타고 한 달간 크루즈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었어요.
비록 한 달이 일주일이 되고, 퀸 엘리자베스는 아니었지만 그렇게라도 남편이 하고 싶었던일을 이뤄줘서 정말 기뻤죠.”
암 수술을 하고 5년 후, 완치에 가까워졌다고 기대했지만 남편의 병은 다시 찾아왔다. 다른 장기에도 점점 전이가 되어갔다.
게다가 원인도 모르게 숨이 자주 차 조금 걷기도 힘들어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부부가 함께 바둑을 둘 때면 고통도 잊은 듯 몰두했다.
“참 이상하지, 바둑만 두면 숨이 안 차대요.
바둑판을 사이에 두고 앉아서차 한잔, 과일 하나씩 먹으며 바둑을 두면 하루가 가는 줄도 몰랐어요.”
나이가 들면 정자를 하나 지어서 하루 종일 바둑만 두자고 했을 정도로 부부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던 바둑.
두 사람이 함께 두던 바둑판은 아직도 거실 한쪽에 고이 놓여 그리움을 담고 있었다.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의 기운을 나누다
병세가 악화되던 남편은 어느 날 갑작스레 종이와 펜을 찾았다.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재산을 좋은 곳에 쓰면 좋겠다는 유서를 남기더라고요.
어디에 써야 좋을까 고민하다가 우리 둘의 모교인 서울대학교에 기부를 결심했죠.
하늘에 있는 남편도 흔쾌히 동의했을 거예요.”
대가 없는 도움을 바라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동생들을 뒷바라지했던 8남매의 큰아들은 마지막까지도 욕심 없이 세상을 떠났다.
부부의 이런 결정에 자녀와 동생들도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남편이 남긴 세종시 토지는 ‘홍재한·김진희 약학대학 건축기금’으로 쓰였다.
자라나는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김 동문은 기부를 한 이후 삶이 더욱 활력으로 가득 찼다며 웃었다.
최근에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기부를 권하고 있다.
특히 서울대학교의 ‘만만한 기부’가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한 달에 만 원, 누구나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기부라는 점에서 취지가 정말 좋더라고요.
적은 금액이라도 많은 사람이 한다면 티끌 모아 태산이 되고, 또 얼마나 많은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겠어요?”
장학금을 받은 후배들이, 훗날 이 도움을 잊지 않고 또 자신의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기를 바란다는 김진희 동문.
그와 그의 남편 故 홍재한 동문이 남긴 나눔의 자취는 서울대에 남아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