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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 김순균 동문 "알에서 깨어나는 새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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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20-03-03 11:26 조회4,26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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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서 깨어나는 새를 응원하며

 

인간의 본성에 질문을 품고 작가를 꿈꾸던 소년은 정신과 의사가 되어 스스로의 질문에 해답을 찾는 삶을 살았다.
그리고 미국에서 정신과 병원 기업의 오너가 되어 53년 만에 모교를 방문했다.

 

스스로를 찾아 꿈을 쫒는 길

캘리포니아에 여섯 곳, 애리조나에 두 곳, 네바다에 두 곳, 일리노이에 한 곳, 매사추세츠에 한 곳, 텍사스에 네 곳.

미국 전역 김순균 박사가 설립한 정신과 병원 기업 ‘SIGNATURE HEALTHCARE SERVICE, LLC’의 병원 개수다.

2,200개 이상의 병상을 보유한 정신과 병원 체인의 오너로 임직원 6,000여 명의 생계를 책임진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겨우 10년을넘어서던 1966년.

미국 땅에서 서울대학교의 존재조차 아는 이 드물던 때 혈혈단신으로 유학을 떠나 홀로 이루어낸 결과다.
“우리 때는 사는 게 터프하고, 나라는 굉장히 가난했지요.

당시 한국에 정선과 의사는 100명도 되지 않았고 정신과 전문의로 수련받기 위한 교육 체계도 당연히 부족했습니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기 위해서 미국으로 가야 했습니다."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하던 시절, 정신 질환에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김순균 박사는 당시 낯설 수밖에 없던 정신의학에서도 행동 심리를 전공했다.

헤르만 헤세를 탐독하며 인간의 본성에 대한 자기 안의 질문을 만들던 10대를 보내고 의예과에 진학한 그에게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졸업 후 뉴욕에서 1년의 인턴, 미시간에서 3년의 레지던트를 거치며 전문의 과정을 다시 밟았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주인의식이 생겨야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죠.

저의 입장에서는 정신과 과정을 거친 것이 스스로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후 미시간에 정착하여 30년 동안 정선과 의사로 살았다.
병원 비즈니스 사업을 하는 회사에 몸담은 경험을 바탕으로 2000년 캘리포니아에서 지금의 정신과 병원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곧 열 곳을 더 개원할 예정인 김순균 박사의 사업은 무려 미국 정선과 병원 체인 중 세 번째로 손꼽히는 규모이다.



조국으로 부치는 마음

스물셋의 나이로 미국 땅에 정착하였지만 오십 년이 넘도록 단 한시도 한국을 잊은 적 없었다.

한국인으로서의 뿌리는 잊혀지는 것도, 잊고 싶은 것도 아니었다.

사업의 규모가 커지며 기부 재단을 설립했고, 한국을 향한 마음은 서울대학교에 닿았다.
“기부를 하게 된다면 서울대학교에서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을 내어 놓는 사람은 많으니 제가 도울 수 있는 분야를 찾았고,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의 연구와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의 EMR 연구였습니다.”
EMR(Electronic Medical Record)은 환자의 임상 진료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처리하고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는 시스템이다.

기부를 계기로 졸업 후 처음 학교를 찾은 김순균 박사는 정신과학교실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기부금을 처음의 의도대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에 흐뭇하다는 말을 전한다.
“서울대학교의 EMR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해있고 우리 병원에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성능에 비해 미국에서 인기가 아주 높지는 않은 것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서울대학교 EMR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면 학교와 우리 병원 모두에게 좋은 일입니다.”
10년에 한 번 남짓 한국을 찾는 김순균 박사가 체감하는 발전의 속도는 더욱 빠르다.

도시의 모양이 바뀌어 길 찾기가 어렵다는 그는 젊은이들이 당신의 그때와 달리

당당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지닌 것이 가장 인상 깊다고 전한다.
"외향성이 강해지면 실행력이 높아집니다. 하지만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통찰력은 상대적으로 옅어지겠지요.

무엇이 더욱 가치 있는 성질인지 각자가 고민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고민 없는 삶이 건강한 삶은 아닙니다. 고민도 평범한 삶의 일부가 되길 바랍니다."


김순균 박사(의학 60)는 정신의학을 전공한 동문으로 졸업과 동시에 도미, 정신과 전문의 과정을 다시 밟았다.

현재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정신과 병원 체인의 모기업 ‘SIGNATURE HEALTHCARE SERVICE, LLC’의 설립자이자 회장이다.

미국 전역 ‘Aurora’ 라는 이름의 병원 열네 곳을 운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