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자 | 김영수 동문·김인하 장학기금 출연자 "머나먼 우주에 닿는 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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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2018-09-06 15:07 조회6,003 댓글0본문
머나먼 우주에 닿는 편지를 보내는 마음으로
김영수 동문·김인하 장학기금 출연자
삶의 의미를 찾고 마음에 평화를 준 기부의 경험을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다는 김영수 동문.
모교의 기념 넥타이를 맨 노신사의 얼굴엔 빙긋한 웃음이 떠올랐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만 같은 미소였다.
달에 가고 싶어했던 아들을 기리며
김영수 동문은 2004년 1학기부터 지금까지 매년 서울대학교를 찾는다. 천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을 전하기 위해서다. 매 학기 250만 원이라는 금액은 천문학이라는 외로운 길을 곧게 걸어갈 이들에게 든든한 격려가 된다. 2003년 10월, 그가 서울대학교에 발전기금으로 기탁한 1억 원은 평생 ‘천문학 하면서 살기’를 꿈꿨던 아들의 유학 자금으로 마련했던 돈이었다. 학부 졸업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故 김인하 동문(천문학과 96)은 서울과학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진학해 “낮에는 산 아래 레코드 가게에서 일하고 밤에는 천문대에 올라가 별을 보고 싶어하던” 순수하고 진지한 청년이자 아버지에겐 든든한 아들이었다.
“모교에 재학 중이던 아들이 저세상으로 떠나면서 한동안 절망 속에 살았으나 아들의 못다 한 꿈을 후배들이 대신 펼칠 수 있도록 모교에 기금을 출연하고 나니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1억 년 이상을 살아가는 별의 시간에 비하면 15년은 털끝 같은 한순간이다. 아직 뚜렷한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그는 꾸준히 아들의 이름으로 장학금이 주어지고, 순수 학문을 연구하는 데 뜻을 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기쁘다. “과거 우리 아이가 천문학을 할 때만 해도 사실은 졸업하고 공부를 계속해서 박사가 된다고 하더라도 경제적인 생활을 잘 꾸려갈 수 있으려나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래도 지금 서울대학교를 보면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기회가 많이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들이 그런 역할을 하길 바랐지만 한국을 빛내는 과학자가 장학생 중에 탄생하면 더할 나위 없겠죠.” 못다 이룬 꿈의 길을 묵묵히 이어가는 이들에게 그저 고마운 마음이다.
자유롭고 의미 있는 삶을 선택하다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중공업, 한국장기신용은행을 거쳐 국민은행에서 일한 김영수 동문. 기업 여신을 포함해 은행 자산운용 전반의 체계화, 전문화에 매진하던 30년 금융맨인 그는 2007년 은퇴를 결심한다. “돈 버는 일은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좋은 직장에서 많은 봉급을 받으며 일해왔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지요. 가치를 벌어 사회에 의미를 나누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더 욕심부리지 않고 가진 것을 나누며 자유롭게 사는 데 만족합니다.” 물질적인 욕심을 내려놓고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며 사는 것. 검소한 생활 습관을 지닌, 취미라고는 책 읽기 정도였던 부부에게는 어렵지 않은 결정이었다.
한편 그는 민간연구소인 희망제작소의 오랜 후원자이자 일본어, 영어 통·번역 자원봉사자이기도 하다. 희망제작소에서 나온 『사회 혁신』 책에 번역가로 이름을 올렸으며 작년에는 『필란트로피』를 공동 번역했다. “미국 사회를 건강하게 지탱하는 힘은 기부 문화입니다. 저는 큰 계기가 있었습니다만 기부를 결심하면 자기가 삶을 충실하게 사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되고, 마음이 편해지면서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집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런 즐거움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그가 바라보는 후원 기관으로서 서울대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서울대학교에 돈을 맡긴 것은 아주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라는 큰 재단을 통해 기금이 운용되면서 더 꾸준히 학생들을 도울 수 있게 되지요. 주위에도 기부를 많이 권유했습니다.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요.” 그가 지금 기부를 통해 만들어 내는 인연의 고리는 현재를 지나 먼 미래로 이어져 갈 것이다.
김영수 동문(법학과 67)은 1972년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퇴직 후 민간연구소에서 영어, 일어 연구 모임 및 통·번역 자원봉사에 앞장서고 있다. 『사회 혁신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하며, 어떻게 추진하는가』(2011), 『필란트로피란 무엇인가?』(2017) 등을 번역했다.